투약과 처치를 마친 뒤 기록 화면을 엽니다. 방금 확인한 환자 상태를 사정 화면에 적고, 비슷한 내용을 다른 기록 칸에서도 다시 고릅니다. 인계 준비를 하다가 앞 근무자가 남긴 정보를 찾으려면 여러 탭을 오갑니다. 기록은 분명 남아 있는데, 필요한 내용을 한눈에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럴 때 현장에서는 간호기록이 너무 많다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기록 칸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곤란합니다. 다음 근무자가 알아야 할 변화, 환자에게 제공한 간호, 병원 정책이나 제도상 필요한 내용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간호사와 간호정보 담당자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기록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같은 사실이 어느 화면에서 몇 번 만들어지고, 다음 사람은 그 정보를 찾기 위해 어디를 거치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은 특정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평가하거나 법적 기록 기준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기록 부담이 생기는 업무 흐름을 하나씩 찾아보고, 꼭 필요한 기록은 지키면서 중복 입력과 불필요한 화면 이동을 줄이는 방법을 다룹니다.
기록이 길다는 말부터 나눠야 한다
간호기록은 환자 상태의 변화와 제공한 간호를 남기고, 다음 근무자와 다른 직종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기록을 읽은 사람이 환자에게 무엇이 있었고 무엇을 이어서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정보는 짧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기록도, 길다는 이유만으로 나쁜 기록도 아닙니다.
문서화 부담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의료정보학회(AMIA)는 이를 임상 및 규제 요구와 기록 시스템의 사용성 사이에서 생기는 과도한 기록 업무의 부담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에는 입력하는 시간뿐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찾고 확인하는 일도 포함됩니다. AMIA 25x5 문서화 부담 감소 도구
이 정의를 한국 병동의 실태나 규정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록의 양과 기록 부담을 같은 말로 보지 않는 데에는 도움이 됩니다. 환자 돌봄과 의사소통에 쓰이는 기록은 남겨야 합니다. 반면 같은 사실을 여러 곳에 옮겨 적거나, 이미 있는 정보를 찾느라 화면을 반복해서 여는 일은 별도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록 개선의 단위는 문장 수보다 업무 흐름에 가깝습니다.
부담은 같은 사실이 흩어질 때 커진다
2024년 미국 한 대학병원의 급성·중환자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혼합방법 연구는 전자의무기록 로그로 문서화 부담이 높은 5개 부서를 찾고, 부서별 간호사 면담을 통해 기록 경험을 살폈습니다. 연구에서 반복해서 나온 문제는 중복된 데이터, 병동 흐름과 맞지 않는 화면 이동, 번거로운 입력 방식이었습니다. 플로시트, 간호계획, 내비게이터처럼 기록 영역에 따라 사용성 평가도 달랐습니다. 연구 원문
한 기관의 소규모 연구이므로 모든 병동에 같은 문제가 있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기록 부담을 어디부터 살펴볼지 단서는 줍니다.
같은 사실을 여러 곳에서 다시 만든다
병원과 부서에 따라 환자 상태, 교육 여부, 기구 상태와 같은 정보가 사정표·플로시트·간호계획·인계 자료에 나뉘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각 화면의 목적이 다르더라도 입력하는 간호사에게는 같은 사실을 다시 고르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항목 이름이 비슷한지만 봐서는 부족합니다. 한 화면에서 입력한 값이 다른 화면에 자동으로 연결되는지, 다시 입력해야 하는지, 어느 기록이 최종 기준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기록은 있지만 찾는 길이 길다
다음 근무자가 환자 상태의 변화를 확인하려는데 여러 화면을 열어야 한다면, 입력이 빨라도 찾는 데 드는 부담은 그대로입니다. 기록 부담에는 쓰는 일뿐 아니라 읽고 찾는 일도 들어갑니다.
병동 인수인계에서 먼저 줄여야 할 정보 소음과도 이어지는 지점입니다. 구두 인계에서 같은 설명이 반복되는 이유가 말하는 습관에만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록에서 변화한 내용을 빠르게 찾기 어렵다면 인계자는 다시 설명하고, 인수자는 다시 묻게 됩니다.
화면 순서와 간호 흐름이 맞지 않는다
많은 간호 업무는 환자 확인, 사정, 판단, 수행, 재확인으로 이어집니다. 기록 화면의 순서가 이 흐름과 다르면 간호사는 일을 마친 뒤 기억을 되짚거나, 여러 메뉴를 오가며 기록하게 됩니다.
이를 개인의 숙련도 부족으로만 보면 교육을 반복하게 됩니다. 기능 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익숙한 간호사도 같은 곳에서 멈춘다면 화면 구성이나 병동 규칙을 함께 봐야 합니다.
병동 전체가 아니라 한 흐름부터 본다
전자의무기록 전체를 한꺼번에 고치려 하면 범위가 너무 커집니다. 규정, 질 지표, 청구, 부서 간 의사소통, 시스템 설정이 얽혀 있어 무엇부터 결정할지 흐려지기 쉽습니다.
입원 사정, 기구 관리, 낙상 위험 재평가, 퇴원 교육처럼 병동에서 화면 이동이 많다고 말하는 업무 하나부터 골라봅니다. 누가 입력하고, 다음 근무자가 어디에서 찾아보는지 차례로 따라갑니다.
관찰할 내용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 같은 사실을 몇 번 입력하는가
- 기록을 마치기 위해 몇 개의 화면을 거치는가
- 이전 기록을 찾을 때 어느 화면에서 멈추는가
- 기록이 끝난 뒤 전화나 구두 확인이 다시 필요한가
- 병동마다 같은 항목을 다른 방식으로 쓰고 있지는 않은가
로그 데이터가 있다면 입력 시간, 화면 수, 클릭 수를 볼 수 있습니다. 로그만으로는 왜 멈췄는지 알기 어려우므로 직접 기록하는 간호사의 설명도 필요합니다. 2025년 간호사 20명의 포커스그룹과 전자의무기록 사용 데이터를 함께 본 연구도 화면 사용량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중복과 의미 없는 기록에 대한 현장 의견을 함께 검토했습니다. 연구 원문
기록 항목을 네 가지로 나누면 회의가 구체적이 된다
부담이 큰 항목을 찾았다고 바로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 기록을 누가 쓰고 누가 읽는지, 병원 정책과 인증·규정상 어떤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검토에는 현장 간호사, 간호정보 담당자, 질 향상·환자안전 담당자, 의무기록 또는 준법 담당자처럼 실제 사용과 요구사항을 아는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편이 좋습니다.
검토할 항목은 다음 네 방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처리 방향 | 판단할 질문 | 예시 |
|---|---|---|
| 유지 | 이 정보가 임상 판단, 간호 연속성, 환자안전 또는 확인된 의무에 필요한가 | 다음 근무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환자 상태 변화 |
| 합치기 | 같은 사실을 다른 화면에서 다시 입력하고 있지는 않은가 | 한 번 입력한 값을 여러 기록 영역에서 다시 선택하는 흐름 |
| 화면 개선 | 정보는 필요하지만 입력 순서나 표시 위치가 실제 간호 흐름과 어긋나는가 | 사정 중 필요한 항목이 다른 메뉴에 흩어진 화면 |
| 근거 확인 | 왜 수집하는지, 누가 사용하는지, 어느 기준에서 요구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 관행처럼 남아 있지만 사용처가 불분명한 항목 |
사용 빈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삭제해서도 안 됩니다.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환자안전에 필요한 기록일 수 있고, 다른 부서가 조회하는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사용 빈도가 높아도 같은 내용을 관행적으로 반복 입력하고 있다면 개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기록량보다 각 항목의 목적과 다음 사람이 어디에서 확인할지를 분명히 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줄인 뒤에는 시간만 재면 안 된다
기록 개선 효과를 확인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시간과 클릭 수입니다. AMIA 도구도 기록 시간, 글자 수, 클릭 수, 필요한 정보를 보기 위해 거치는 화면 수, 복사·붙여넣기 또는 자동 입력 비율 등을 과정 지표의 예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입력 시간이 줄었다고 곧바로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화면에서 정보를 찾는 시간이 늘거나, 빠진 내용을 확인하려고 전화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한 부서의 기록은 편해졌지만 다른 부서의 확인 부담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작은 범위에서 먼저 적용하고, 입력 부담과 정보 활용이 함께 나아졌는지 봅니다.
- 기록에 걸린 시간과 화면 이동이 줄고, 다음 근무자가 필요한 정보를 더 빨리 찾는가
- 빠진 내용을 확인하는 전화나 구두 질문이 늘지 않았는가
- 필수 기록의 누락이나 뒤늦은 보완이 늘지 않았는가
- 병동별 우회 기록이나 개인 메모가 새로 생기지 않았는가
이런 지표를 함께 보면 부담이 다른 사람이나 다른 시간대로 옮겨갔는지도 확인하기 쉽습니다.
자동완성·음성·AI는 순서가 뒤다
반복 입력이 많으면 자동완성, 매크로, 음성 입력, 생성형 AI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이런 도구가 입력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2025년 플로시트 매크로 사용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매크로 사용과 플로시트·전자의무기록 사용 시간 감소 사이의 관련성이 보고됐습니다. 다만 효과는 부서에 따라 달랐고, 연구진도 시간 절감이 체감 부담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원문
문제가 되는 흐름을 그대로 둔 채 도구를 붙이면 입력 속도만 빨라지고 중복은 남을 수 있습니다. 먼저 필요한 정보와 중복 정보를 나누고, 최종 기준 위치와 사용자를 정한 뒤 도구를 검토하는 편이 낫습니다.
생성형 AI를 임상 기록에 적용할 때는 개인정보 보호, 원문과 생성 내용의 차이, 검토 책임, 병원 승인 범위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AI 서비스에 환자정보를 입력해 기록을 대신 작성하게 하는 방식은 이 글에서 권하지 않습니다.
이번 주에는 한 장면만 따라가 본다
간호기록을 줄이자는 말만으로는 현장이 바뀌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지워도 되는지 바로 합의하기 힘들고, 기록 누락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이번 주에는 간호사들이 자주 화면을 오간다고 말하는 업무 하나부터 골라보세요. 한 사람이 입력하는 장면부터 다음 근무자가 찾아보는 장면까지 따라가며 같은 사실이 어디에서 반복되는지 표시합니다. 그다음 유지할 기록, 합칠 기록, 화면을 고칠 기록, 근거를 확인할 기록으로 나눕니다.
환자 곁에서 해야 할 일이 기록 때문에 뒤로 밀리는 상황이라면 못 한 간호를 운영 데이터로 바꾸는 방법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기록 자체를 줄이는 데서 끝내지 말고, 어떤 돌봄과 의사소통을 지키기 위해 기록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간호기록 부담을 줄이려면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남기고, 같은 사실을 되풀이해 입력하고 찾아보는 일을 줄여야 합니다.
참고한 자료
- Cho H, Nguyen OT, Weaver M, et al. Electronic health record system use and documentation burden of acute and critical care nurse clinicians: a mixed-methods study.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Informatics Association, 2024. PubMed
- Jacques D, Will J, Dauterman D, et al. Evaluating Nurses' Perceptions of Documentation in the Electronic Health Record: Multimethod Analysis. JMIR Nursing, 2025. 원문
- Will J, Jacques D, Dauterman D, et al. Improving Nurse Documentation Time via an Electronic Health Record Documentation Efficiency Tool. Applied Clinical Informatics, 2025. PubMed
- Thate J, Lee RY, Mugoya R, et al. Choosing between Patient Care Needs and Accurate Data Capture: Exploring Nurses' Experiences of Excessive Documentation Burden. Applied Clinical Informatics, 2025. PubMed
- American Medical Informatics Association. 25x5 Documentation Burden Reduction Toolkit. 원문
- American Nursing Informatics Association. The Six Domains of Burden: A Conceptual Framework to Address the Burden of Documentation in the Electronic Health Record. 공식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