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앞에서 보호자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간호사는 예정된 검사와 기다리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욕설이 이어집니다. 동료를 부르려는데 누구에게 연락해야 바로 도움을 받을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른 환자의 호출도 울립니다. 병동의 폭언·위협 대응을 살펴보기 위한 가상 장면입니다.
수간호사와 간호부 관리자가 이 장면에서 확인할 것은 담당 간호사가 어떤 말을 했는지만이 아닙니다. 설명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순간에 누구를 부르고, 누가 대응을 맡고, 피해 직원의 업무를 누가 이어받을지도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대화 교육은 필요하지만 이 역할까지 개인의 대화 능력으로 채울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은 환자·보호자의 폭언과 위협에 대응하는 병동 운영을 다룹니다. 동료 사이의 괴롭힘,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 신체 제지 방법, 신고·처벌의 법률 판단은 범위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대화를 잘하는 것과 위험을 감당하는 것은 다릅니다
불편을 묻고 설명을 조정하는 일은 간호의 일부입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불만을 말한다는 이유만으로 위협적인 사람으로 분류해서는 안 됩니다. 기다리는 이유를 모르거나 안내가 서로 달라 다시 질문하는 상황과 욕설·구체적인 위협·이동을 막는 행동은 구분해서 볼 일입니다.
간호사는 설명할 수 있는 범위와 다음 안내 시점을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행동, 도움을 받을 인력, 병실 밖으로 이동할 공간까지 혼자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진정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대응 실패를 개인에게 돌리면 병동의 연락·지원 공백은 그대로 남습니다.
2020년 코크란 문헌고찰은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 예방 교육·훈련 연구 9편을 검토했습니다. 교육이 단기 지식을 높일 수는 있었지만 공격적 행동의 발생을 줄이는 효과는 불확실했습니다. 연구의 근거 확실성도 낮거나 매우 낮았습니다. 교육·훈련 효과에 관한 코크란 문헌고찰
교육이 쓸모없다는 결론은 아닙니다. 2020년 6월까지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이며 현재 국내 병동에서 특정 교육의 효과를 판정하지도 않습니다. 여기서 가져올 판단은 교육 이수와 안전한 대응체계가 갖춰졌다는 확인을 따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원을 요청할 때 다시 허락부터 구해야 한다면
도움을 부르는 기준이 없으면 간호사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지원을 요청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사이 같은 설명을 반복하게 됩니다. 연락처가 있어도 야간에 누가 받는지 모르면 현장에서는 쓰기 어렵습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의료기관의 폭력 예방을 관리자 책임과 직원 참여, 작업환경 분석, 위험 예방·통제, 교육, 기록과 평가를 포함한 프로그램으로 다룹니다. 교육과 함께 책임자에게 권한과 자원을 주고 보고한 직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OSHA 의료기관 폭력 예방 자료
국내에서는 고용노동부가 간호사를 포함한 직종별 고객응대근로자 건강보호 매뉴얼을 배포한 자료가 있습니다. 사업장 특성에 맞춰 보완하도록 안내합니다. 고용노동부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직종별 매뉴얼 배포 안내
이 자료들은 병동 절차를 검토할 출발점입니다. 해외 권고를 국내 법적 의무로 옮기거나 2019년 국내 가이드라인만으로 현재 법률 적용을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각 병원은 현행 규정과 승인된 안전·진료 절차에 맞춰 대응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병동 회의에서는 막연히 도움을 요청하라고 안내하는 대신 기존 비상연락 체계를 놓고 실제 근무를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어느 행동이나 상황에서 담당자가 지원을 부르는지, 첫 연락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응답이 없을 때 다음 경로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즉각적인 위험이 있으면 상급자 허락이나 사건기록 작성을 기다리느라 안전 확보와 기관의 긴급 대응을 늦추지 않도록 절차를 정합니다.
호출 수단도 실제 위치에서 봅니다. 대화하던 자리에서 손이 닿는지, 연락 중 이동할 경로가 열려 있는지, 물품이 그 길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봅니다. 아래 그림은 이런 질문을 설명하는 가상 공간이며 승인된 안전 설계나 대피 지침은 아닙니다.
연락처를 공지한 뒤에는 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합니다. 교육이나 짧은 모의연습에서 주간·야간 담당자가 같은 경로를 찾는지 살피면 연락이 끊기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실제 비상호출 장치의 시험은 기관이 승인한 방법으로 시행합니다.
지원 인력이 왔을 때, 모두가 같은 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동료가 합류하면 누가 대화를 이어갈지 맞춥니다. 정하지 않으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설명하거나 담당 간호사가 계속 앞에 남을 수 있습니다. 동료가 왔어도 담당 간호사가 계속 위협을 감당하고 있는지 봐야 합니다.
병동과 보안·진료 부서가 역할을 맞출 때는 다음처럼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이 표는 운영 논의를 위한 예시이며 현장 위험평가나 개별 상황의 대응 지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 이어야 할 일 | 미리 맞출 역할 | 현장에서 확인할 내용 |
|---|---|---|
| 현장 상황 공유와 지원 호출 | 최초 발견자, 연락을 받을 근무별 담당 | 위치와 관찰한 행동, 지금 필요한 지원을 전달할 수 있는가 |
| 대화와 현장 대응 조정 | 기관이 정한 책임자·지원 인력 | 누가 설명을 이어가고 누가 다른 직원·환자의 안전을 살피는가 |
| 환자 평가와 필요한 돌봄 유지 | 진료팀·대체 돌봄 담당 | 상태 평가가 필요한 상황을 연결하고 남은 간호를 누가 맡는가 |
| 피해 직원의 업무 조정과 지원 연결 | 근무 책임자·직원건강 담당 | 현장을 벗어나 평가·휴식·상담을 받을 동안 업무를 이어받을 사람이 있는가 |
환자의 상태 변화가 함께 보인다면 진료팀의 평가도 연결해야 합니다. 원인을 살피는 일과 직원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특정 질환이나 연령만으로 폭력 위험을 단정하지 않고 실제로 관찰한 행동과 당시 상황을 전달합니다.
피해 직원이 현장에서 벗어난 동안에는 다른 담당자가 필요한 돌봄을 이어갑니다. 미국간호협회(ANA)의 2025년 입장문은 사건 뒤 업무에서 벗어나야 하는 직원의 대체 인력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도록 권고합니다. 국내 병동에 같은 인력 구조가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업무를 이어받을 사람까지 정해야 보호조치가 실행된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ANA 직장 내 폭력 입장문
조용해진 뒤에도 끝나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복도에서 더 이상 큰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직원이 곧바로 같은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상처 외에도 불안과 신체 불편을 확인할 평가 경로가 필요합니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은 사건 보고, 신체·정서적 손상의 평가, 필요한 상담과 기관 지원자원의 이용을 안내합니다. 어떤 일을 먼저 할지는 손상과 회복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NIOSH 간호사의 사건 후 대응 자료
병동에서는 직원에게 평가나 휴식이 필요한지 확인할 담당과 연락 경로를 정해둡니다. 피해 직원에게 보고서를 마치고 다시 일하라고 안내하기 전에 확인할 일입니다. 상담은 이용 가능한 방법과 선택을 안내하고 사건을 여러 사람 앞에서 반복해 설명하도록 강요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지원의 범위와 업무 조정은 직원의 상태, 의사와 기관 절차를 함께 보고 결정합니다.
사건기록에는 판단하기 어려운 사람의 성격보다 관찰한 행동을 남깁니다. 발생한 시간과 장소, 실제 발언과 행동, 호출한 지원, 응답과 조치, 당시 남아 있던 위험을 기관 양식에 맞춰 기록합니다. 기억과 추정은 구분합니다. 위협은 있었지만 다치지 않은 일도 기관의 보고 대상과 절차에 맞춰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기록은 승인된 시스템에 남깁니다. 환자와 직원의 식별정보를 개인 메신저나 공개 사례에 옮기지 않고 증거의 보존·열람도 기관 절차를 따릅니다. 이후 검토에서 피해 직원을 탓하는 질문이 먼저 나오지 않도록 보고 경로와 비밀보장 범위를 설명합니다. 위험을 말할 수 있는 팀의 조건은 병동의 심리적 안전감과 보고 분위기와도 연결됩니다.
보고가 줄었을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합니다
폭언·위협 보고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예방이 잘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노출이 줄었을 수도 있지만 보고하기 어려워졌거나 처리 결과를 듣지 못해 기록을 멈췄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살핀 코크란 고찰도 교육 뒤 인식과 보고가 달라질 수 있어 발생 보고의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관리자는 보고 건수와 함께 지원 요청에 응답했는지 살펴봅니다. 피해 직원이 필요한 평가와 지원을 받았는지, 같은 위치나 근무에서 문제가 반복되는지도 확인합니다. 응답시간을 비교한다면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재는지 먼저 맞춥니다. 건수를 비교할 때도 관찰 기간과 병동 운영량, 보고 방식이 달라졌는지 확인합니다.
직원의 건강정보는 예방활동 회의에 불필요하게 펼치지 않습니다. 사건 분석에 필요한 범위와 접근 권한을 정하고 개선 논의에서는 가능한 한 식별정보를 걷어냅니다. 기록을 검토한 뒤에는 발견한 공백이 수정됐는지 확인합니다.
수간호사가 모든 조치를 혼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야간 연락이 닿지 않았거나 직원이 도움을 기다릴 동안 다른 환자의 간호가 비었다면 간호부·보안·직원건강 담당이 함께 볼 문제로 올립니다. 담당 부서가 정해진 뒤에는 무엇을 바꿨고 언제 다시 확인할지 현장에 알려야 합니다.
다음 교육을 준비한다면 대화 문장을 더 외우게 하기 전에 한 장면을 따라가 봅니다. 담당 간호사가 설명을 이어가기 어려워졌을 때 지원이 합류하는가. 그 직원이 현장을 벗어난 뒤에도 필요한 돌봄과 직원 지원이 이어지는가. 병동의 폭언·위협 대응은 그 연결까지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